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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을 사랑해요

W.푸푸등 (@Pu_Pu_dudu)

 참 사랑스럽다, 라고 무심코 내뱉어 버렸다. 다행히 소년은 정확히 못 들었는지 한 남자를 향해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었다.

 "뭐라고 하셨어요?"
 "오야, 치비쨩은 몰라도 된답니다."

 소년, 히나타 쇼요는 남자, 쿠로오 테츠로에게 들러붙어 조르기 시작했다. 평소엔 히나타의 얼굴에 약하던 쿠로오였다. 지금과 같이 그에게 들러붙어 쳐다보면 얼굴을 금세 붉히고 술술 불곤 했었다. 그러나 이번은 무슨 일인지 히나타를 바라보며 평소와 같은 웃음을 짓고 있을 뿐이었다.

 히나타는 아무리 졸라도 말 해주지 않자 포기했다. 쿠로오가 말하지 않는 것이라면 그럴만한 사정이 있을 거라고 생각해서 였다. 그에 대한 믿음이 강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사실 그들이 이 관계에 오기까지 많은 일들이 있었다. 쿠로오는 오만한 드래곤이었고, 히나타는 드래곤에 대해 적대심이 깊은 소년이었으니까.

 "갑자기 그 날이 생각나네요."
 "어.. 우리가 처음 만난 날?"
 "네!"

 대화가 진행 될수록 쿠로오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갔다. 히나타는 모른척하며 장난스럽게 말을 이어갔다.

 "저희가 처음 만났을 때는 이렇게 되리라곤 생각도 못했는데."
 "그건 이쪽에서 할 말이랍니다. 설마 내가 인간과 사랑에 빠질 줄이야."
 "저도요. 드래곤 진짜 싫어했는데."

 어느새 서로를 안고 있는 둘의 머릿 속에선 그들의 첫만남이 이뤄지고 있었다.

 

***

 

 히나타는 어렸을 적, 드래곤의 폭주에 의해서 가족을 잃었다. 친구들과 다른 지역으로 놀러간 히나타만이 살아 남았다.

 타 지역에서 자신의 고향이 출입 금지되고, 가족들을 비롯한 고향 사람들이 전부 죽었다는 소식을 전해들었을 때의 그 감정은 영원히 잊지 못할 것이라고 히나타는 생각했다. 지금은 드래곤과 같이 살 정도지만 그 때의 절망감은 퇴색 되었을 지언정 아직까지도 남아있다. 그러니 그 때 당시에는 얼마나 심했겠는가.

 히나타는 그 길로 여행을 떠났다. 돌아갈 곳이 없는 여행은 얼마나 쓸쓸했던가. 돈을 벌기 위해 용병이 되었고 검사가 되었다. 그러나 그가 속했던 용병단은 너무 약했고 다른 용병단의 공격으로 모두 뿔뿔이 흩어졌다.

 행운이라고나 불행이라고나 할까. 그렇게 몇 년을 다시 떠돌다 17살이 되는 해에 히나타는 그 다음 카라스노 용병단에 들어갔다. 그곳은 전에 있던 용병단과 달리 명성이 높았으나 그것도 옛날 이야기였다. 문제는 그것이 아니었다. 자신이 전에 소속되어있던 용병단을 공격한 집단의 궁수가 자신과 아군이 될 줄이야!

 "어.., 어! 너! 네가 왜 여기있어!"

 그 한마디로 궁수, 카게야마 토비오와 시비가 붙었고 결국 단장, 사와무라 다이치의 중재-를 가장한 협박-을 받고 또 다른 신입과의 대결에서 이겨야 용병단에 들어올 수 있다는 조건까지 걸렸다.

 다행히 이겨서 무사히 입단할 수 있었고 그 결과로 든든한 파트너까지 얻었다. 그리고 그 둘의 활약으로 카라스노는 점점 예전과 같은 명성을 떨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그는 그곳에서 또 다른 의뢰를 받게 됐다.

 '몬스터기 갑자기 사라진 이유를 알아내라.'

 그는 별 이상한 사람이 다 있다고 생각했다. 몬스터가 사라지면 좋지 뭘 굳이 찾으려고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단장. 이 의뢰 꼭 해야하는 건가요?"
 "그럼. 몬스터는 다른 생물보다 감이 뛰어나지. 그런 몬스터가 갑자기 사라졌다는 건 무슨 일이 생겼거나 생길거란 뜻이고 당연히 그곳 사람들은 불안해 하겠지."
 "아무리 꼬맹이라지만 그것도 몰랐을 까봐요."
 "너 이 자식, 츠키시마!"

 히나타는 그대로 츠키시마에게 달려들었다. 츠키시마는 여유롭게 웃으며 그를 피했고 곧 그곳은 시끄러워졌다. 처음은 히나타와 츠키시마의 싸움이었고 중간에 말려든 야마구치와 타나카, 니시노야 때문에 더 큰 소란으로 번졌다.

 "이녀석들! 그만두지 못해!"

 결국 다이치의 폭발로 사태는 종료되었다.

 "이제 슬슬 출발해야지. 어서 짐 챙겨."
 "네!"

 얼어붙어 있던 그들을 깨운건 스가와라였다. 언제나 상냥한 스가와라는 그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모든 이들이 잘 따랐다. 오죽하면 다이치마저도 스가와라에겐 당해내지 못했다.

 짐을 정리하던 도중 히나타는 불길한 느낌이 치솟았다. 어쩐지, 이 길을 향해 나가는 것이 싫었다. 분명히 후회할 거라는 느낌이 들었다.

 "히나타?"

 엔노시타의 부름에 그제서야 자신이 멍 때리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아챘다. 히나타는 으아아, 소리를 내며 재빠르게 짐을 마저 정리했다. 천천히 하라는 엔노시타의 말도 들리지 않는 모양이었다.

 그들은 머물던 여관을 빠져나와 목적지를 향해 갔다. 의뢰지까지는 갈 길이 멀었다. 그 덕분에 모두들 발걸음이 빨라졌다. 얼굴에 살짝 불쾌감이 서려 있는게 히나타 뿐만 아니라 모든 이들이 싫은 느낌을 받은 것 같았다.

 가는 길은 조용했다. 몬스터가 사라졌다는 말을 이런 식으로 실감하게 될 줄은 아무도 몰랐다. 그들이 경유하고 있는 숲은 몬스터들의 소굴이었다. 평소라면 몬스터를 상대하느라 다치고, 불침번을 서가면서 몬스터를 경계하면서 일주일 이상은 걸렸을 숲이 지금은 노력하면 삼일 안에 통과할 수 있을 정도였다.

 "히나타."
 "왜?"
 "넌 아무런 느낌도 안드냐?"

 갑작스럽게 카게야마가 히나타에게 말을 걸었다. 너무 뜬금없는 말이었다. 하지만 히나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확실히 숲은 너무도 조용했다. 평화롭게 느껴질 정도로. 그러나 그들은 몬스터가 나타났던 때와 같이 여전히 경계하고 있었다.

 몬스터보다 더 거대한 무언가가 있었다.

 …드래곤인가?

 히나타는 고개를 저었다. 옆에서 미친 놈 보듯이 하는 카게야마가 있었으나 신경쓸 정신도 없었다. 이곳에 드래곤이 있다는 생각만으로도 미칠 것 같았다. 처음 여행을 시작해서 지금까지 가보지도 못한 마을의 생각으로 머리가 꽉 차버렸다.

 이미 그저 널리고 널린 평야가 되어버렸을까, 아니면 잔해라도 남아있을까. 어쩌면 그 드래곤의 레어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히나타는 안되는 줄 알면서도 가끔 생각했다. 그 때 같이 죽었으면 편했을 거라고. 이렇게 드래곤을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미쳐버릴 것 같진 않았을거라고.

 "별 수 없나. 그럼.."
 "하지만.."
 "여기선.. 하는... 없어."

 저 천막 너머로 회의하는 소리가 들려온다. 현실을 자각하자 마음은 어느정도 진정되었다. 옆을 보니 카게야마가 아직까지도 남아있었다. 마치 넌 혼자가 아니라고 하는 것 같아, 웃음이 실실 새어나왔다.

 "미쳤냐?"

 …그래 잊고 있었다. 카게야마 토비오는 남들의 감정에 둔하다는 걸.

 "넌 눈치 좀 키워라!"
 "왜 시비냐, 이 보게가!"

 결국은 이렇게 둘이 왁왁 거리는 걸로 끝났다.

 그들은 앞으로 최소한의 휴식 만을 취하며 의뢰인을 향래 가기로 했다.

 얼마나 걷고 또 걸었을까. 슬슬 마을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안내판도 함께.

 '용병단은 성으로 오시게.'

 성은 마을의 중앙에 위치해 있었다. 그들은 지체없이 바로 걸음을 옮겼다.

 "누구냐!"
 "저희는 카라스노 용병단입니다. 의뢰를 받아 이렇게 오게 되었습니다."
 "용병단이었나. 들어가시게."

 시간을 잡아 먹을 줄 알았던 성의 경비병들은 곧바로 그들에게 길을 터주었다. 이들 또한 불안하기는 마찬가지 였던 것 같다.

 성으로 들어가자 집사로 보이는 사람이 사와무라를 응접실로 안내했다. 나머지 사람들은 하인이 숙소로 안내했다. 하루 푹 쉬고 다음 날 열심히 일하라는 의미였다.

 숙소는 크고 쾌적했다. 히나타는 도착하자마자 씻고 짐을 정리했다. 내일 들고 나갈 것들을 미리 정리해야 했다. 검은 잘 닦아서 한 구석에 세워뒀고 비상 약품들도 아직까진 괜찮았다. 남은 건 그의 피로를 없애는 것 뿐이었다.

 히나타는 침대로 직행해 눈을 감았다. 안전한 내일이 되기를 기도해 보면서.

 

***


 "전 그 때까지만 해도 그 숲에서 당신을 만날 줄 몰랐어요."
 "나도 그래. 설마 날 그렇게 증오로 들끓던 눈으로 볼 인간이 있을 줄은 상상도 못했어."

 히나타는 그 날의 자신을 생각하니 살짝 얼굴이 붉어졌다. 그러나 부끄러운 짓을 한 건 히나타 뿐만이 아니었다.

 "저도 드래곤이 갑자기 저를 물고 레어로 갈 줄은 상상도 못했어요."
 "저기, 치비쨩?"
 "마음에 든다는 둥, 동료한테는 말을 잘 해놨다는 둥, 말을 안들으면 죽여 버리겠다는 둥.."
 "…잘못했습니다.."

 히나타의 말이 이어질수록 쿠로오의 안색은 시퍼렇게 변했다. 히나타를 놀리던 그 얼굴은 사라진지 오래였다. 히나타는 재밌다는 듯이 킥킥 웃고 있을 뿐이었다.

 그런 모습이 얄미워 쿠로오는 히나타를 살짝 흘겨보았다. 그 모습에 히나타는 꺄르르 웃으며 그의 품에 더 깊숙이 파고 들었다.

 왜 일찍 오해를 풀려고 하지 않았을까, 하는 후회도 들었다. 기억 속에 자리잡은 드래곤은 그 드래곤이고 쿠로오씨는 쿠로오 씨였는데.

 "있죠, 쿠로오씨."
 "응?"
 "사랑해요."

 아직 늦지 않았다. 지금부터라도 자신의 마음을 퍼주면 된거다.

 "나도, 치비쨩."

 하나타는 쿠로오만 있다면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쿠로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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